외국인의 조용한 토지 확장, 서울 면적의 4.5배
외국인의 토지와 주택 소유가 더 이상 뉴스 뒷면의 작은 기사로 다뤄질 문제가 아니게 됐다. 단지 수치가 아닌 이면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한국 땅을 둘러싼 소유권의 변화가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누가 이끌고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토지 면적은 약 2억6,790만㎡, 전체 국토의 0.27% 수준이다. 언뜻 적은 비율처럼 보이지만, 면적으로 환산하면 서울 면적의 4.5배에 달한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 가치만도 33조4,892억 원.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 역시 10만216호로 집계되며, 전체 주택 수(1,931만호)의 0.52%를 차지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부동산 거래의 숫자 문제가 아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외국 자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지역별로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토지 소유를 국적별로 보면, 미국인이 53.5%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4만3,312천㎡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그 뒤를 중국(7.9%), 유럽(7.1%), 일본(6.1%)이 잇고 있으며, 특히 일본은 유일하게 전년보다 보유 면적이 감소한 국가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전체 외국인 토지 보유의 18.5%로 1위를 기록했으며, 전남(14.7%), 경북(13.6%)이 그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서울도 3,229천㎡로 전년보다 증가했고, 강원도는 무려 4.6% 증가율을 보이며 외국인의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용도별로 보면, 외국인들은 공장, 리조트, 주택보다도 임야나 농지 등 기타 용지에 훨씬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전체 외국인 보유 토지의 67.7%가 기타 용지로 분류되며, 이는 농촌과 산림 자원을 외국 자본이 꾸준히 흡수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소유 주체를 보면 절반 이상이 외국 국적의 교포(55.6%)다. 이들이 친근한 이름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 자본의 유입이라는 점에서 큰 틀의 분석이 필요하다. 그 외 합작법인(33.7%), 순수 외국인(10.5%)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주택 보유에서는 양상이 달라진다. 외국인 소유 주택은 98,581명이 보유한 10만216호로 나타났고,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전체의 56%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미국(21.9%), 캐나다(6.3%) 순으로 뒤를 이었으며, 주택을 가장 많이 가진 지역은 경기(39.1%), 서울(23.7%), 인천(10.0%)이다. 수도권의 외국인 주택 보유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외국인의 토지·주택 보유는 계속해서 느리지만 확실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토지 보유 증가율이 2023년 0.2%에서 2024년 1.2%로 반등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국토교통부는 외국인의 토지·주택 보유 실태와 거래신고 정보를 연계해 이상 거래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기 목적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그 사이에도 외국 자본은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한국 부동산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 보유율이 낮다는 안도감보다, 그 보유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바라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