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뎐(傳)

2025-05-26     송태한

 

 

 

거울 뎐(傳)

   

송강 송태한

 

 

나는 포로다

그녀에게 날마다 붙잡혀 산다

 

 

거울 보며 빗질에 옷단장하다 말고

내가 거울 앞에 스스로 다가선 것이 아니라

어쩜 그녀가 텔레파시로 불러 나도 모르게

애인처럼 다가갔다는 공상에 빠진다

 

 

화장실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또 백화점 쇼핑몰에서 어느 틈에 

나는 거울 앞으로 불려가 선다 

나를 부르는 간수도 사이렌 소리도 없건만 

수인복 입은 모범수처럼 자발적으로 

끈끈한 거울의 유혹에 포섭되어 끌려간다 

계절 불문 장소 불문 주야 불문 

그녀가 나를 호출하면 5분 대기조처럼 

군말 없이 달려가 수시로 벌어지는 

행복한 감금을 예감하며 그녀 곁에 

공손하게 발 모으고 마주 선다

 

 

그녀의 낌새를 기다리며 언제든

집에선 침대와 의자 하나씩 곁에 끌어다 놓고

화장실에선 조석으로 백색 세면대 앞쪽에서

수갑이나 포승줄도 없이 제 발로

투명한 창살의 감옥, 꿈같은 그녀 품속으로

오늘도 성큼 내가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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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송태한  시인
시집: 별처럼 눕다(2024), 우레를 찾다(2019)
퍼즐맞추기(2016), 2인시집(1986) 등
연암문학예술상, 한국문학신문 문학상
현.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한국문협 문인저작권옹호위원
강동문협 이사, 현대시인협회,

이치저널 '송강 작가의 시를 그리다' 기획연재 중

 
송강 작가
갤러리 인사아트 등 개인전 26회
시드니국제교류전 등 단체전 134회, 아트페어 25회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상, 한국예총 미술대상,
한류미술대전. 세계미술대전 우수상
창작미술대전 동상, 구상전, 겸재미술대전 특선 등
현. KDA한국도슨트협회부회장/ 세계아트페어협회 부회장
서울한강비엔날레, 국제현대예술협회, G아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