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편지 속에 위로와 격려와 따듯한 포옹을 같이

2020-12-14     강지원



 

                                에두아르 프레르

 

 

신이여

이 저녁 집 없는 자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고등학생 때 읽었던 겨울밤이라는 외국 시의 한 구절, 날은 차갑고 유리창이 얼어붙는 것 같다는 문장도 어렴풋하지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위의 한 문장 뿐입니다. 눈이 내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어젯밤 문득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에두아르 프레르

 

날은 춥고 밤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밖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이 시간 까지도 저녁 식사를 못하고 허기져 있는 사람들, 따뜻한 방 안에 있어도 눈보라가 몰아치는 들판에 서 있는 것처럼 한기에 떠는 사람들, 그리고 노숙인과 가출 청소년들.

2018년 자료를 보면 가출 청소년이 한 해 동안 약 3만 명이라는데, 지금 그 아이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요? 밥은 제대로 먹고 잠은 제대로 자고 다니는 걸까요? 집에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아이들이 지낼 곳은 어디일까요?

모두에게 따뜻한 집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족스럽게 먹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이 겨울밤 모두가 평화롭고 따스한 밤을 보내기를 소망합니다.

 

                                                  에두아르 프레르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어두운 빈방에 불을 켤 때

당신의 밤이 외롭지 않도록,

당신의 밤이 냉랭하지 않도록,

겨울엔 더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잘 곳이 없어 싸늘한 밤거리를 헤매지 않을까,

온종일 빈속으로 구석에서 떨고 있지 않을까.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지친 당신이 울고 있지 않을까,

내내 잠 못 이루며 울음을 삼키고 있지 않을까,

이 밤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당신의 시린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스해지기를

굳어진 입가에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머물기를 바라며

 

편지 속에 위로와 격려와 따듯한 포옹을 같이 보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