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만 하는 길 - 계룡행
팥거리(계룡역) -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신도안에 궁궐을 축조할 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인부들에게 팥죽을 팔았다는 일화에서 유래 삶의 방식이 변하면 사회적 가치와 제도가 변하하는 것. 다시 말해서 문화가 바뀐다는 뜻
가야만 하는 길
- 계룡행
용산역에서 07시 45분 출발하는 KTX 열차를 탔습니다. 어둠을 제치며 거침없이 돌진하는 기차를 따라잡기 위해 눈을 비빌 틈도 없이 숨을 몰아쉬며 달려오는 아침 해의 다급한 숨소리가 안쓰럽기만 합니다. 시대를 관통해서 흐르는 강물은 앞뒤 볼 것 없이 거침없이 흘러만 가는데, 강물을 따라가는 우리네 발걸음은 지치고 더디기만 합니다. 하지만 어찌하랴. 이 길은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길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인 것을.
계룡역에 도착했습니다. 옛 사람들은 이곳을 ‘팥거리’라고 불렀습니다.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신도안에 궁궐을 축조할 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인부들에게 팥죽을 팔았다는 일화에서 유래합니다. 계룡산 천황봉에서 흘러내린 능선 끝자락 낮은 구릉에서 콩과 팥을 많이 경작했다는 함의입니다. 지금의 두계(豆溪)라는 지명도 팥(豆)거리(溪)의 한자적 표현입니다.
계룡대에 들어섰습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에 관한 현장의 실상과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문에서 3군 본부가 있는 건물로 향하는 길 양 옆으로 멋들어진 반송이 반듯하게 부동의 자세로 도열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 지구촌은 4차 산업혁명기입니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촉진된 1차 산업혁명, 전기가 촉매가 된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찾아온 혁명의 물결입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기에 이 야단이란 말인가? 그리고 3차 산업혁명과는 무엇이 다르기에 혁명이라 부르며 난리를 치는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지금의 변화는 인간이 단순하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했던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동질적 또는 이질적인 것들이 연결되고 융합되어 지능화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인류는 새로운 기술 문명이 탄생하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내고 적응하면서 진화했습니다. 삶의 방식이 변하면 사회적 가치와 제도가 변합니다. 다시 말해서 문화가 바뀐다는 뜻입니다. 문화는 삶의 총체입니다. 부연하자면, 생존에 필요한 활동뿐만 아니라 생각하고 생산하고 축적하고 유전하는 삶의 모든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문화가 바뀐다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함의입니다. 진정한 혁명이란 바로 이 문화가 바뀌는 것에 있습니다. 단순한 발전이나 변화는 결코 문화를 바꾸지 못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혁명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혁명에는 두 가지 선택만이 유효합니다. 혁명의 주역이 되느냐 도태되느냐.
기술혁명은 전쟁의 양상을 바꿉니다. 기술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상응한 군의 재편과 대비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쟁 양상은 어떤 모습일까?
1784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의 전쟁 양상은 진지전이었습니다. 기관총과 속사포의 성능이 승패의 주요 무기였습니다. 1870년 전기 발명으로 시작된 2차 산업혁명기는 전격전 내지 총력전이었습니다. 전차, 항공기, 핵의 시대였습니다. 1969년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도래한 3차 산업혁명기는 네트워크전이었습니다. 정밀무기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기는 하이브리드전입니다. 로봇과 사이버 무기의 시대입니다.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았던 전쟁의 양상이 우리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혁명을 제대로 준비하고 가야만 하는 길에 서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