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18 - 봄이 오면
2024-05-13 허주
떨어지는 낙엽들이
그리움의 언어로
한 잎씩 한 잎씩
책갈피에 앉습니다.
발길 닿는곳
눈길 머물던 곳마다
아름답고 소담스레
영글던 가을이
충만을 비워내면서
가난함에 익숙해지는
중입니다.
텅 빈 들판으로
헐벗은 나무들로
언 땅속 뿌리와
뿌리 얽어 쥐고
서로의 체온 나누면서
봄이 올 때
다시 태어나기 위한
잠행에 들어가는 가을
그 끝에 서서
금년에도 무탈하게 보낸
내 몸, 새 봄이 오면
튼튼한 잔뿌리 내리고
싹트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