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15 - 첫 눈
2024-04-15 허주
기다림이 버려진
창 밖으로
설레는 그리움인 듯
하얗게 첫 눈이 내린다
바람처럼
옷깃 여미며
아련한 추억이듯 동화처럼 첫 눈이 내린다
나이에
나이를 더하는
두툼한 서글픔이듯
하얗게 첫 눈이 내린다
순수함을 되찾고저
발버둥치듯
그렇게 첫 눈이 내리길 기다렸나 보다
하늘에서 선녀들이
하얀 꽃가루를
뿌려준다고 믿었던
어린시절 추억이 난다
그리움은 번지고 번지고
깊어진 사색과 고독을
독서로 잠재우려 했으나
점점 낮아지는
시력에
눈을 감아버린다
엄동설한에도 빨갛게 핀 제라늄은 첫 눈 처럼
다 내려 놓으라 말하는데
욕심 많은 난
이것 저것
손에 넣고 번민한다
걱정을 잊어보자
근심을 버리자
삶은 늘 그런거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