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그곳에

2020-11-30     강지원

 

 

에밀 클라우스

                                     

강원도 정선 산골의 작은 학교, 이곳에 한 달에 한 번 5만 원과 함께 편지를 보내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의 정체를 몰라 그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아이들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었고, 아이들은 한 번도 바다에 가 본 적이 없다고, 바다에 가고 싶다고 답장을 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8월 12일, 부산 해운대로 초대할게."라고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고, 아이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그 후 아저씨의 편지는 오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8월 3일 삼중 스님은 전화 한 통을 받고 오열했습니다. 그는 50여 년을 300여 명의 사형수의 곁을 지켜준 사형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분입니다. 고금석의 사형이 내일 오전 서울 구치소에서 집행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25세 사형수 고금석의 유언은 "아이들의 바다 여행을 잘 치러주세요. 위험하지 않게 옆에서 지켜주세요." 였습니다.

 

에두아르 프레르

 

1986년 서울에서 일어난 서진 룸살롱 사건의 가해자 중 한 사람인 고금석은 3년을 복역하다 사형 집행을 받았습니다. 그는 수감 생활을 하며 죄를 뉘우치고 성자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옥중 편지를 통해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고 철없는 행동이었다.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에 파리, 모기에 시달려도 한 마리도 죽일 수 없었다. 그 무엇보다도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했다고 전해집니다.

지인에게 이 얘기를 듣고는 아이들에게 돈을 보내고, 편지를 쓰던 22세의 평범한 대학생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마음 한쪽에 파도가 일렁거렸습니다. 수용자분들의 편지를 받을 때도 이분은 왜 여기 계실까? 한때는 사랑받는 아들이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였을 텐데..., 생각하곤 합니다.

 

에두아르 프레르

 

아들 같은 20대 초반 청년의 편지를 받으면 유난히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글씨처럼 삐뚤빼뚤한 손글씨를 보면 가만히 어루만져주고 싶어집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인데 왜 하필 그곳에서... 십 대 때부터 소년원을 들락거렸을 아이들, 가족들은 그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있을까요? 아이들은 그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낼지, 뭔가 희망이라도 있는 걸까요?

아이들이 빨리 그곳에서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코 다시는.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내기를, 사회에 나와서는 규범을 따르고 성실하게 살아가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