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2023-11-24     이승해

 

 

잔등을 밟고 오르는 숨소리마저 감추고

세상살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던 시간들이

고양이 걸음으로 숨어든다

 

그 남자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계단은 굽은 등을 세우지 못하고

발을 내밀 때마다 삐걱거린다

 

술 취한 이웃 남자가 문 앞에 속을 토하고

태연하게 자릴 떠날 때까지

비릿한 생선 내장 냄새가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창틈 새로 아침을 깨우는 바람 소리에

눈을 뜰 때면

시멘트 틈바구니로 초록빛이 돋는다

 

낡고 허물어진 계단을 딛고

낯선 희망의 꿈을 찾아 문을 나선다